추억팔이 리뷰 - 소니 워크맨 WM-FX833
추억팔이 리뷰 - 소니 워크맨 WM-FX833
중1이었나 중2였을 때쯤 노래 듣는 걸 좋아했던 나는 구닥다리 워크맨(실제 소니 워크맨은 아니지만 그 시절에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는 다 워크맨이라고 불렀던 듯) 말고 진짜 소니의 최신형 워크맨을 가지는 것이 꿈이었다. 참 소박해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그래서 그때 아빠를 졸라서 지하상가에 가서 워크맨을 하나 샀던 것 같다
실제 내꺼는 실버색이었는데 그게 더 이뻤던 것 같은데 그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지를 못하겠더라. 이 당시에 소니는 아이와와 투탑이었다 다른 것들은 거의 듣보잡 파나소닉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소니 짝퉁이냐는 소리를 들었을 때니까(물론 우리 동네에서만 그런 걸 수도 있다 워낙 촌동네라) 그 당시에 꽤나 비싼 돈을 주고 한 것 같다 20만 원 가까이 주고 산 것 같은데 처음 사서 집에 왔을 때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거의 잠을 안 자고 밤새도록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전의 구닥다리 워크맨은 기능이 재생빼고는 없다고 봐도 될듯하였고 두께는 거의 두배 넓이도 더 크고 리모컨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구형을 쓰는 나의 로망은 본체는 가방에 넣어놓고 리모컨은 가방 어깨끈에 삭 걸어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것 이 당시분들은 다 아시잖아요? ㅋ)
제일 맘에 들었던 기능은 오토리버스였다 요즘은 30대 초반만 돼도 아마 이 기능을 모를거다(아 테이프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노래가 10곡이 있다고 치면 테이프는 A면과 B면을 가지고 있다 A면에 5곡 B면에 5곡이 있다고 하면 5곡을 들으면 테이프를 꺼내서 반대로 돌려줘야 나머지 5곡을 들을 수 있는(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걸 자동으로 반대쪽으로 돌려서 재생시켜주는 것이 오토리버스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돌려준다는건 아니고 재생 방향을 반대쪽으로 바꿔줘서 돌려주는 건데 이게 어찌나 편하던지 그리고 곡의 처음이나 다음 곡으로 가는 것이 가능했다 테이프는 시디와 같이 트랙이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노래 중간의 공백을 보고 찾아주는 것이 아니었나 그 당시 추측을 해봤었다
그리고 유선 리모콘 아 이때 이건 진짜 간지 그 자체였다 오토리버스가 돼서 앞뒷면을 다 들으며 리모컨으로 조작까지 한다면 테이프를 바꾸지 않는 이상은 가방에서 워크맨을 꺼낼일이 없는 거다. 내가 사는 곳은 지하철은 고사하고 버스가 한 시간에 한대쯤 다니는 곳이었는데 버스에서 서서 가는데 노래를 조작하겠다고 가방에 있는 워크맨을 꺼내는 불편함을 싹 해소시켜주는(지금 생각해도 이거 만든 사람은 상 줘야 한다) 저 조그만 액정에서 제목도 안 나오고 그냥 PLAY라고 나오는 글자가 얼마나 간지 나던지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감동이 차오른다
단점도 존재했는데 이어폰이다 이어폰의 선택의 폭이 엄청나게 좁다. 가격도 비쌌고 그냥 이어폰 쓰면 되지 그게 뭔 문제인가 할텐데 저당 시 소니의 저 유선 리모컨에 꼽히는 이어폰 단자가 3.5파이가 아니었다 소니가 자체적으로 만든 전용 단자 사이즈였는데 그래서 일반 3.5파이의 이어폰은 아예 꼽을 수가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어디서 나온지도 모르는 그냥 잭만 맞으면 가져다 껴야 하는 신세였다(당시 천안 지하상가에도 저기에 들어가는 이어폰의 종류는 1-2종류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단선은 또 얼마나 잘되는지 이어폰이 개당 2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저 워크맨을 사용하는 동안 이어폰 값만 1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돈이 어딨겠는가 맨날 부모님한테 사달라고 했지 ㅠㅠ(우리 부모님 호락호락하신 분들 아님 여느 집처럼 어이구 이어폰이 끊어졌구나 하나 사야지 허허 이런 집 아니란 말이다.)
저때는 참 테이프를 많이도 샀었는데 그걸 다 모아놨다면 그래도 왠지 좀 뿌듯했을것 같다. 저 기계도 한 2년 정도 쓰다가 마지막이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CDP를 사면서 테이프 기기는 안 듣게 되었고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그렇게 생을 마감한 것 같은데 저 때 당시에는 저게 엄청 이뻐 보여서 저걸 샀는데 지금 보니 엄청 구리네(그래도 실버색은 좀 낫긴 함)
얘기하면서 CDP 얘기가 나왔는데 말 나온 김에 다음에는 CDP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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