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와사(얼굴 마비증상) 경험 - 치료완료기
건강을 돌아보지 않고 일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예전 구안와사에 갑자기 걸렸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몸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때만큼 많이 느낀 적이 없다. 혹시 얼굴에 마비증상이 갑자기 온분들은 그저 놀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했던 것을 보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이 최고의 치료인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전조증상
어느날인가 갑자기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음식이 맵고 짜고 싱거워서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맛있게 먹는데 나만 이게 무슨 맛인가 안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늘 먹던 김밥을 사 먹어도 샌드위치를 사 먹어도 전에 느꼈던 맛이 안 났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러려니 요즘 피곤해서 입맛이 없는 건가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다음날 아침 출근을 위해 씻으려고 얼굴에 비누칠을 했는데 갑자기 왼쪽눈이 너무 따가웠다. 그때 돼서야 거울을 봤다. 나는 분명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왼쪽눈이 감기지 않았다. 눈이 안 감겨서 왼쪽눈에 바로 비누칠을 한 거였다. 그래도 눈알에 감각은 살아있었나 보다. 이 모든 게 단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발병확인
일단 회사에 출근을 하고 얼굴 상태를 지켜보았는데 점점 상태가 안좋아졌다. 이제는 입 쪽으로 감각이 없는 게 내려온 기분. 회사에 병원 다녀오겠다고 말을 하고 회사를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병원 가면 바로 괜찮아지겠지란 생각이었다.
병원방문
종로의 한 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가 보자마자 큰병원에 가야겠다고 말을 했다. 이때부터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원래 작은 병원에서 큰 병원 가라고 하면 좀 무섭고 그런 거 다 알잖아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난생처음 그런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더라..
2차 병원방문
집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일단 퇴원을 하였다. 처음 의원에 있던 의사는 이게 구안와사다라고 정확히 진단은 해주지 않았지만 요즘 세대들이 어디 병명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나. 집에 가는 길에 검색에 검색에 또 검색을 해서 아.. 나는 구안와사구나라고 혼자 진단을 내려본다. 역시나 대학병원에 진료를 보았을 때도 진단은 구안와사였다.
원인
의사에게 원인에 대해 물어봤지만 뚜렷한 원인은 없다고 했다. 요즘 많이 힘든 일이 있었는가? 정도였는데 이때 당시 심적으로 엄청 힘든일이 있긴 했었다. 새로 이직한 직장에서 내 위에 사람들이 갑자기 줄줄이 퇴사를 하는 바람에 들어간 지 한 달이 된 직장에서 나 혼자 일을 해야 했고 둘째가 태어난 후 집에서 육아휴직을 하던 와이프가 이제 휴직이 끝날 때가 되어서 출근글에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 야한다는 부담감을 엄청 느낄 때였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기는 하다. 어린이집을 데려다주는 건 첫째 때도 했던 일이고 와이프의 육아휴직기간을 빼면 늘 해오던 일인데 왜 갑자기 그게 그렇게 부담이 되었을까..?
치료
치료는 일단 먹는 약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을 받았고(얼마나 받았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이외에 뭐 딱히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 이후 주말이었는데 주말 이후에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서 입을 닫고 있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입을 다물에도 왼쪽입이 안 닫혀서 조금씩 침이 고이는 상태가 되더라.. 일단 회사에 말을 하고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 혼자 일을 다 하던 때라서(개발자) 회사에서 편의를 봐줘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호전
구안와사라는 게 많이들 찾아보셨겠지만 나아지는 정도가 개개인마다 너무 다르다. 어떤 사람은 6개월이 걸린다는 사람도 있고 2년이 걸린다는 사람도 있고 다 제각각이다. 내가 한 방법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었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이 침이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두 번 맞는다고 갑자기 엄청 좋아진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얼굴에 침을 놓고 전기자극을 주는 치료인데 주중에 이틀에 한번 정도는 방문해서 침을 맞았던 것 같다.
불안함
치료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가장 힘든 건 바로 불안함이다. 이대로 얼굴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아이들도 어린데, 가족들끼리 여행도 가야 하는데 그럴리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아빠가 얼굴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등등 기본 베이스가 얼굴이 안나으면 어떻게하지? 라는 생각이다. 이게 감기처럼 일주일 안에 좋아지고 이런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 나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사람의 불안감을 자꾸 자극하게 한다. 이 불안함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안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그거대로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혹시 구안와사가 와서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있다면 그 고통 알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완치
나는 비교적 완치가 빨랐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데이터를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초반에 검색했던 6개월, 1년보다는 훨씬 빨랐다. 1개월이 좀 넘어가면서부터 얼굴에 감각이 돌아온 것 같다.
마무리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음식이 좋은지도 모르고 어떤 음식이 안 좋은지도 모르고 평생을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하면 그게 몸에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이 일을 겪은 후로는 개인적으로는 먹는 것에서 오는 병보다 마음에서 오는 병인 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구안와사는 외면으로 보이는 것보다 언제 나을지 모르는 불안함이 더 치료를 더디게 하는 것 같으니 언젠간 낫겠지 뭐.. 이런생각이로 마음을 평화롭게 먹는 것이 치료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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